감자 말고 감동을 팔아라! 해남군 농업교육 현장, ‘가치를 파는 농부’로 변신하다.
“생산이 전부였던 시대는 끝났다”… 해남 농부들, 경영수업에 눈뜨다.
타겟고객부터 브랜딩까지… 농산물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농업의 생존 전략, ‘팔리는 농산물’이 아닌 ‘사고 싶은 가치’
“농산물은 팔지 마라. 가치를 팔아라.”
이날 해남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기초교육 현장에서 던져진 한 문장은 농업인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었다. 단순한 문장이 아니었다. 이 말은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농업인에게 있어 ‘왜 농사를 짓는가’, ‘어떻게 농산물을 팔아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었다.
4월 9일 오후, 해남군농업기술센터 3층 소강당은 평소보다 더 뜨거웠다. 경영학 박사이자 실전 농업컨설팅 전문가인 최병석 대표가 이끄는 ‘농업환경 변화와 농업경영’ 교육에 20여 명의 농업인들이 참석했다. 교육장은 메모와 질문이 쏟아지는 열기로 가득 찼다. 주제는 단순했다. “농업도 경영이다.”
생산에서 경영으로… ‘농부’ 아닌 ‘농업 CEO’로 진화 중
농업이 단순한 생산 활동이 아닌 복합적 경영 행위로 인식되는 시대다. 과거에는 밭을 일구고, 작물을 수확해 시장에 내놓으면 수익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하지만 지금은 기후위기, 고령화, 인구감소 등 복합적 변수 속에서 생존 자체가 어려운 환경이다. 해남군은 이에 대응하기 위한 변화의 시동을 걸고 있다.
특히 이번 교육은 ‘가치 중심 경영’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농업인에게 제시했다. 단순히 먹거리를 재배하는 차원을 넘어, 감성과 경험을 함께 담아내는 상품화 전략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무농약 감자’ 대신 ‘손자와 함께 심은 감자’라는 브랜딩이 필요한 시대라는 것. 스토리가 담긴 농산물은 소비자의 기억에 남고, 재구매로 이어진다.
“농업도 고객을 설계해야 한다”… 3단계 마케팅 전략 공개
최 대표는 ‘모객-육성-구독’이라는 농업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제시했다. 첫 단계는 **모객**이다. SNS나 콘텐츠를 활용해 브랜드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정확한 타겟 고객을 설정하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모두에게 팔려고 하지 말라”는 점이다. 오직 내 상품을 가장 좋아할 사람 한 명을 상정하고, 그에게 맞춘 브랜딩 전략이 시작점이다.
두 번째 단계인 **육성**은 고객과의 신뢰 구축이다. 샘플 제공, 체험 행사, 후기 유도 등으로 고객의 관심을 유지시키고 브랜드 충성도를 높인다. 마지막 **구독** 단계에서는 정기배송이나 회원제 서비스를 통해 반복구매를 유도한다. 감자나 쌀도 ‘한 달 꾸러미’로 정기배송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농업도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장 중심 교육, 농업인의 반응은 “이제 진짜 농사를 짓는 기분”
교육에 참여한 농업인들은 “처음엔 경영 얘기가 낯설었지만,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특히, ‘타겟 고객 설정법’과 ‘가치 포장법’은 바로 내일부터 밭에 적용할 수 있을 만큼 현실적이었다. 강의를 맡은 최 대표는 단호히 말했다. “농업도 감동을 팔아야 합니다. 감동은 곧 신뢰고, 신뢰는 곧 반복구매입니다.”
참가자 중 한 명은 교육 직후 “이제 작물을 심기 전, 고객을 먼저 떠올릴 것”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농업 현장이 단순 생산지에서 마케팅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해남군, 지속 가능한 농업을 향한 첫걸음
해남군은 앞으로도 이러한 경영 교육을 정례화할 방침이다. 단발성 교육이 아닌, 실질적 농업 비즈니스로 이어질 수 있는 컨설팅 및 후속 지원이 병행될 예정이다. 소규모 농가에게는 이러한 전략이 오히려 더 효과적이다. 대규모 자본이 아닌, ‘스토리’와 ‘정체성’만으로도 차별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해남군 농업이 변화의 길목에 섰다. 땅을 갈아 씨를 뿌리는 농사가 아닌, 소비자와 소통하고 시장을 설계하는 ‘경영의 농업’이 요구되고 있다. 해남군농업기술센터가 제시한 이번 기초교육은 단순한 강의가 아니라 농업인의 시야를 틔우는 계기가 되었다.
가치를 아는 농부가 되는 길, 그 출발점에 해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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